유동성관리, 눈에 안 보이지만 모든 걸 바꾼다
- 연남 진
- 11월 9일
- 2분 분량
분명 '매수' 버튼을 정확히 눌렀는데, 왜 내가 원하던 가격보다 항상 1~2틱 불리하게 체결될까요? 반대로 수익 실현을 위해 '매도'를 눌렀는데, 주문이 밀리면서 수익이 줄어든 경험도 있으실 겁니다.
이건 운이 나빠서가 아닙니다. 시장의 '체력', 즉 유동성(Liquidity)을 간과했기 때문입니다. 이 보이지 않는 힘을 이해하고 대응하는 것, 이것이 바로 유동성관리의 중요성입니다.
유동성이란 무엇인가?
어렵게 생각할 것 없습니다. 유동성은 '내가 원할 때 얼마나 빠르고 쉽게 원하는 가격에 사고팔 수 있는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이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것은, 그만큼 거래량이 많고 사려는 사람(매수 호가)과 팔려는 사람(매도 호가)이 촘촘하게 받쳐주고 있다는 뜻이죠. 그 결과, 매수-매도 간의 가격 차이, 즉 호가스프레드 가 좁아집니다.
반대로 유동성이 부족하면 호가창이 텅 비어있고, 호가스프레드는 벌어지게 됩니다. 이것이 '유동성'이며, 이를 인지하고 거래하는 것이 유동성관리의 시작입니다.
리스크의 핵심: 체결오차 (슬리피지)
그렇다면 이 유동성관리를 실패했을 때 겪는 가장 큰 리스크는 무엇일까요? 바로 '슬리피지(Slippage)', 즉 체결오차 입니다.
내가 100이라는 가격에 10계약을 주문해도, 유동성이 부족하면 100에 3계약, 101에 5계약, 102에 2계약... 이런 식으로 불리한 가격에 주문이 '밀려서' 체결됩니다.
예를 들어, 크루드 오일 1틱의 가치가 $10일 때, 단 2틱의 체결오차만 발생해도 진입과 동시에 -$20의 손실을 안고 시작하는 겁니다.
이것이 "호가창의 깊이가 안전망이 된다"고 말씀드린 이유입니다. 호가창이 얕으면 내 주문이 시장 가격을 밀어내며 손해를 봅니다.
거래 스타일에 따라 달라지는 중요성
이 유동성 리스크는 모든 트레이더에게 다르게 작용합니다.
단타 (스캘핑) 트레이더: 2~3틱의 짧은 수익을 노리는 이들에게 유동성관리는 수익과 직결됩니다. 진입과 청산에서 1틱씩만 밀려도 수익 자체가 사라지죠. 그래서 반드시 유동성이 가장 풍부한 메인 시간대(예: 뉴욕장 초반)에 주력해야 합니다.
추세 (스윙) 트레이더: 비교적 긴 호흡으로 보지만, '롤오버(월물 교체)' 시기나 새벽 시간대처럼 유동성이 급감하는 순간을 조심해야 합니다. 포지션을 정리하려 해도 원하는 가격에 받아줄 물량이 없어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9년의 경험으로 검증한 '체결 환경'
9년간 회원들과 수많은 HTS 환경을 테스트하며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아무리 전략이 좋아도, 거래량이 급감하는 새벽 시간대나 비주류 종목에서 발생하는 고질적인 체결오차는 트레이더의 멘탈을 흔들고 계좌를 망가뜨립니다.
특히 과거에는 일부 불안정한 시스템(소위 '먹튀'나 '불법' 운영)이 이런 시장 리스크를 고의로 증폭시켜 트레이더의 손실을 유도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경험을 통해 안정적인 유동성관리의 첫걸음은, 시장 자체의 유동성과 더불어 '안정적인 체결 시스템'을 확보하는 것임을 확인했습니다. 지금은 오랜 검증을 통해 적어도 '인위적인' 체결 지연이나 시스템 오류 리스크는 완벽히 걸러낸, 시장의 유동성에만 집중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비용을 통제하라
유동성관리는 차트 분석처럼 눈에 확 띄지는 않지만, 내 수익과 손실에 직접 관여하는 '보이지 않는 비용'입니다.
무작정 차트만 보고 진입하지 마십시오. 내가 거래하려는 시간대의 거래량은 충분한지, 호가창은 촘촘한지, 호가스프레드는 적정한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유동성 리스크를 트레이더가 홀로 감당하지 않도록 받쳐주는 '검증된 시스템 환경'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9년의 경험으로 확인한 안정적인 길, 해선해가 함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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